김춘경 시인만큼 이렇게 큰 배포로 계룡산 수퉁골엘 오르는건 아니지만
늦더위도 오늘이면 숙진다는 어제 오후에 늘 가는 뒷산으로 만보걷길 갔는데
평소 좋지 않게 생각했던 수당정 정자 가로막대기에 걸터앉았던 죄로
땡뻘때서리만큼 악착스런 모기때의 기습공격을 받아
바지속 장딴지와 긴팔 소매속 팔뚝을 사정없이 물어 뜯기어
벅벅 긁으며 만보를 다 못채우고 내려오면서 다시는 안온다고 작정했던 터라
왕복 시내버스비를 손해보면서도 구지 여기로 올 수 밖에 없는데
올때마다 최기복시인의 "큰 채무"시판 앞에선 한참을 머문다
제목: 큰 채무 부근 최기복
고 려 대 앞
11번 장위동 뻐스를 기다리는 악동 7명
뻐스가 도착하자 서둘러 탄다
뻐스요금 달라는 여차장에게
엄지손가락으로 뒤를 가르킨다
투덜거리며 제일 나중에 탄 녀석
몇명이야?
7 명
삼칠은 18
7명분 요금 21원을 18원만 지불한다
뻐스안에 웃음이 번진다
영문 모르는 차장도 덩달아 웃는다
구구단도 제대로 못 외워
3원에 뻐스안을 웃음바다로 만든 그놈이
대기엄 총수가 되었다니
그놈 인생에는 속여먹은 3원이 가장 큰 부채일꺼다.
이게 시입니다
만인이 읽고 이해하고 공감하고
누구의 마음에도 쏘-ㄱ 들게 쓴 글이
만인에게 사랑 받는 시 입니다
고매한 시라고 한층 위에 있는 있는듯한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꾀까다로운 글로
뭇 사람의 머리를 어지럽히는 시는
시가 아니라 다만 글줄일 따름입니다.
나도 이렇게 만인의 마음에 쏙 들게
단 몇줄이라도 글을 쓸 수 있다면...
아니 그런 명문 글을 쓸 수 있도록
많은 글을 읽고 이해하고 습작할 작정
하지만 하지만 이제 뭘....
이제 뭘..씰때 없이 궁상 떠나
그저 재미있는책 좋은 책 언저리에서
마음 뺏기며 즐기면서 살자,ㅎㅎㅎ
▼쉬는 날에 오면 이런 재미있는 모습도 많이 봅니다
선생님은 꼬봉들 앞서서 포충망을 연신 흔들어대는데도
개구쟁이들은 지들끼리 제잘거리며 곤충체집은 뒷전입디다
▼몰카로 두집식구를 한컽에 다 못 잡았습니다
쬐끔 큰 두 놈이 권외에서 물놀이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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