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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又松 이헌영의 blog 입니다
그룹명/내가 쓴 글.

꽃화분에 대하여.

by 우 송(又松) 2005. 10. 16.


내집 아랫층에 사는
노인 내외분중 할머니는
꽃을 대단히 사랑하십니다
아파트입구 화단을 혼자 가꿔서
언제나 화려하게 꽃을 피워 놓습니다.

 

그렇게 가꾸시는
넝쿨꽃 화분중 하나가
그만 시들시들 하였습니다
보다 못해 내가 살려 보겠다고
양해를 구하고 내집으로 가저 왔습니다.

 

나도 그 할머니 만큼
지극정성을 기우렸습니다
부드러운 부엽토에 다시 심어서
인큐베이터의 미숙아 돌보듯하면서요
드디어 시들던 줄기에서 새싹이 돋았습니다.

 

의사가 환자를 회생시키면
이렇게 큰 감회를 느끼겠지요?
신비롭고 뿌듯하고 대견스러워서
오래 오래 함께 살기로 작정하고요
일상을 새 싹만 지켜보고 살았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말입니다
화분이 궁금했던 할머니가
빈 화분만이라도 가저갈 양으로
내집에 오셔서 화분을 달라기에요
당당하게 화분을 갖다 보여드렸습니다.

 

그랫더니요, 내 참 기가 막혀
이 할머니 놀라워하며 하는 말씀이
"죽은줄 알았더니 살려주셔서 고맙수!!"
하면서 화분을 들고 돌아서 나가지 뭡니까
나보다 먼저 기막혀 먹통인 할머니께 할말 없었습니다.

 

너무 너무 서운해서요
당장 유성 꽃시장에 달려가서요
선인장꽃과 관음죽 묘목을 사 왔는데요
이 적은 묘목이 엣날 키워본 그 관음죽 같이
내 한아름 되게 키울 수 있을넌지 알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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