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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又松 이헌영의 blog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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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대 이헌영 옹의 블로그를 훔쳐보다

by 우 송(又松) 2011. 7. 6.

"이츠대전"(it's Daejeon) 7월호 기사중 아래와같은 기사가 났습니다

대전시 발행 월간지 이츠대전 기자가 우송의 블로그를 삿삿치 뒤져보고

좀 야시시한 비밀스런 내용까지 다 까집어 놨네요 ㅎㅎㅎ

어쩝니까 기왕에 백일하에 드러났으니... 쬐꼼 부끄 부끄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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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래 사진은 기사의 복사입니다

 

 

80대  이헌영 옹의 블로그를 훔쳐보다

온라인 마당, 재미있는 놀이터일세 ㅎㅎ


올해 여든 한살을 맞이하신 우송 이헌영 어르신을 처음 뵌 것은 온라인에서 였다. 우연히 검색된 블로그에서 아주 재미있는 프로필 글을 보고 눈길을 멈추게 된 것이다. 대전에 살고 있는 1931년생(여든한살)구닥다리입니다. 외양과 같이 몸도 마음도 언제나 조신합니다. ㅎㅎㅎ

여든한살 블로거도 범상치 않아보였지만 글 말미에 붙은 ㅎㅎ가 더욱 흥미로웠다. 그 연세에 ㅎㅎ는 아무나 붙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블로그 상에서 파악된 이 어르신은 수시로 젊은이들처럼 사진기를 들이대 사진을 찍고 심심찮게 셀카로 찍은 얼굴도 올리고 심지어는 TV화면까지 필 받았다 하면 찍어서 올리는 그야말로 열혈 블로거라는 사실과 함께 지난 2004년 미국 딸네집에 다니러 갔다가 갑작스럽게 부인을 잃었다는 것, 가끔 사이버영락원을 찾아 하늘나라로 편지를 쓴다는 것, 여친을 사귀어 여행도 등산도 즐기고 있다는 것, 최근에는 반세기 넘게 피워오던 담배를 보건소 금연클리닉의 도움을 받아 끊었다는 것 등이다. 

이헌영 어르신의 블로그를 통해 본 80대의 일상과 내면의 풍경은 때로는 유쾌 발랄했고 또 때로는 따끔했으며 또 때로는 처연했다.


5월 어버이날을 맞아

어미들 보아라. 은근히 기다렸던 5월이 되었구나. 같은 것 겹쳐져서 무용지물 안되도록 8일 어버이날 나에게 줄 선물을 하나씩 지정한다. 큰 애는 더도 말고 여름철 화장품을, 둘째는 작년 같은 흰모시 남방보다 시원한 티샤쓰로, 셋째는 지난 겨울 두터운 쓰봉(바지)같이 고급의 여름바지 허리통 삼십사로, 둘째야 너에게는 이번에 특청하니 가슴에 달아주는 카네이션 꽃송이는 생화로 만들어서 아침에 일찍 와서 달아다오. 그 외에 따로 주는 봉투도 사양않고 고맙게 받지만 나 혼자 쓰지 않고 아이들 용돈으로 돌려 줄 작정이다. 그리고 속마음은 이러한 어버이날  다달이 오기만을 기다릴 따름이다. 앞으로 몇 번이나 맞이할 늙은이의 명절이런가?


그래도 역시 즐거운 것은

딸이 보내준다고 약속한 용돈 때문에 내 마음이 컴터 바탕화면의 초원만큼 한참 싱그럽게 부풀어 오른다. 이 돈 가지고 무엇을 할까 갈피 잡을 수 없어 잠을 설치는데 잠은 아무 때 자면 못자랴 하고 벌떡 일어나서 ‘투어’를 검색하며 한참 손가락 여행을 즐기는데 복더위 폭염경보 중에도 건들바람 시원함을 느끼는 것은 태풍 때문인가 기다리는 송금 때문인가? 사랑하는 내딸아(네게 용돈 받았을 때마다 사랑하는 내딸이라고 한 것같지만은…) 용돈 자꾸 자꾸 보내주기 바란다. ㅎㅎ


가요무대 만만세

리모콘만 누르면 종일이라도 들을 수 있는 TV음악은 음악이 아니라 춤뿐이다. 그 중에 월요일밤 KBS 1TV의 ‘가요무대’는 세상의 뒷전으로 쫓겨난 노년층에 베푸는 은총이다. 혼자 사는 마당에 나를 음치라고 탓할 그 누구도 없으니 전곡을 신나게 따라 부른다. 흥겨운 곡이 울릴 때면 나 혼자 일어나서 춤도 춘다. 노래가 신날 때 공인된 환각제(?)를 한 잔 쭉 마시면 더욱 신바람이 난다. 싸랑하는 김동건 아나운서니∼임, 늙은이들 편에 서서 늙은이들을 위하시어 젊은 아나운서들을 물리치고 일선에 서셨네. 오래도록 늙은이들의 유일한 낙인 ‘가요무대’를 지켜주세용.


우송의 쓴소리

요즘 TV에는 맛있는 음식에 대한 프로가 너무 많아졌다. 얼굴을 덮을 만큼 목젖이 보이게 크게 입을 벌리곤 한입 가득 우겨 넣고 꼭 엄지손가락 치켜세우곤 ‘이 맛이야’하고 허풍 떠는 장면을 무수히 보게 된다. 어머니 밥상 운운하는 그네들의 옛날 어머니가 차려준 밥상은 고작 보리밥에 된장국이었을 텐데 그 때의 소식(素食)에 대한 보상심리는 아닌지 모르겠다. 언제부터 우리가 이렇게 푸짐하게 먹게 되었는지. 지금도 결식아동이나 생활무능력자가 굶고 있는 사실을 알고 있는지. 원 쯧쯧


우송 절교편지 쓰다

김여사 당신 오늘 내가 작심하고 결별 선언한다. 당신에게 전화하면 무슨 핑계가 그리 많지? 토라진 이유를 가만히 생각해보니까 지난 번 만났을 때 지하상가 아이쇼핑하면서 겨울코트가 걸려 있는 점포마다 기웃거리고 가게에 들어가선 입어보기도 하는 것을 “지금 입고 있는 것 나는 젤로 좋아  보인다고 또 집에 걸려 있는 옷도 그렇게 많은데 하며 얼마나 입겠다고 또 사고 싶으냐”는 내 말이 고롷게 토라질 이유라면 얼마든지 토라져봣. 이 참에 나도 당신에게 털어놓을 말이 있다. 컴퓨터를 배우라고 내가 가르쳐주겠다고 하면 골치 아프다는 둥 내 호의를 무시했고 통화할 때 음악소리만 들리면 또 컴퓨터 끼고 있냐고 하고. 피차의 성격 취미가 엇갈리는 걸 실감했어. 피차의 견해 차이가 크다는 것을 확인한 이상 서로 참아가며 이해하려고 애쓸 필요 없잖아. 마지막이라고 크나큰 결심하고 쪽지를 쓰는데 살짝 눈가가 젖어오는 건 어쩔 수가 없구나.



할멈! 오랫만이요

오늘 저녁을 먹으면서 매실주 한잔을 마셨어요. 가끔 혼자 술을 마실 때는 꼭 할멈생각을 하게 됩니다. 왜 술 마실 때뿐입니까? 신발장에서 아직도 바로 내 신발 옆에 있는 당신의 신발을 꼭 보게 되잖아요? 뒷굽이 살짝 닳은 채로 언제나 반짝거리는 당신의 그 랜드로바 신발을 볼 때마다 당신 생각을 하지요. 그래서 내 신발을 닦을 때마다 꼭 먼지만이라도 털어놓게 됩니다.

내 주위의 모든 것에 당신과 연관 안 된 것이 없잖아요? 부부사이는 오래 함께 살아가면서 한마음 한 뜻으로 동화되어 가는데 갑자기 외톨이가 되고서는 누구 말대로 반쪽이 달아난 설움을 두고 두고 살아가면서 뼈저리게 느끼게 되네요. 이승 저승 서로 헤어진 사이에도 정과 연은 끊을 수가 없는가 봅니다. 곧 장마가 끝나고 불볕 더위 살짝 가신 후에 성묘가리다.      http://blog.daum.net/hylee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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