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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명/내가 쓴 글.

신경숙 소설"엄마를 부탁해"를 읽고...

by 우 송(又松) 2011. 6. 28.

 

 

 

 

 

↑ [조선일보]각국 언어로 번역된‘엄마를 부탁해’를 앞에 둔 작가 신경숙. 간담회 내내 쑥스러워하던 그는“10년 동안 할 여행을 1년 만에 몰아서 한 기분”이라며“이번 호주와 일본 일정만 마치면 칩거해서 정말, 정말, 작품만 쓰고 싶다”고 했다. /허영한 기자 younghan@chosun.com

 

여류작가의 소설을 즐겨 읽게된 까닭은

어미들은 으례 여류작가의 소설을 읽고

갸들이 읽은 책 뒷차지만 하때문인데

중에도 신경숙 소설은 참 많이 읽었다

읽은책의 이름을 낫낫치 댈 수는 없지만

읽을때마다 표현의 기교에 빠저들었는데

"엄마를 부탁해"를 읽으면서 느낀 감정을

소위 독후감이라고 서툴은 글을 남겨두고

가끔 읽으면서 그때의 흥분을 살릴려는데

본문 그대로의 감정을 살릴수가 있겠는가

생각끝에 감명 깊었던 몇줄을 옮기려다가

글중 특히 어느 대목을 찝어낼수가 없으니

아예 이 책만은 돌려주지 않을 작정이면서

아버지와 딸과 내가 함께 울은곳 옮겨둔다. 

....................................................................................................

- 나, 왔네.

아내를 지하철 서울역에서 잃어버리기 전까지 당신에게 아내는 형철 엄마였다. 아내를 다시 만나지 못하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 처하기 전까지는 당신에게 형철엄마는 언제나 그자리에 있는 나무였다. 베어지거나 뽑히기전에는 어딘가로 떠날 줄 모르는 나무. 형철엄마를 잃어버리고 당신은 형철엄마가 아니라 아내를 실감하기 시작했다. 오십년전부터 지금까지 대체로 잊고 지낸 아내가 당신 마음에서 생생하게 떠 올랐다. 사라지고 난 뒤에야 손으로 만질 수 있을 것처럼 육감적으로 다가왔다. (149쪽)

 

-안에 있는가? 나, 왔네!

당신은 빈집을 향해 소리를 지르고 귀를 기울였다.

-이제 오요!  당신을 반기는 아내 목소리를 기대했으나 빈집은 적막했다. 바깥일을 보러 나갔다가 집으로

돌아와 나, 왔네! 하면 어김없이 이집 어데선가얼굴을 내밀던 아내....(151쪽)

 

-나, 왔네!.

당신은 얼른 방문을 열어보았다. 방 안은 텅 비어 있었다. 이집을 나서던 때 아내가 개어둔 수건 몇개가 접힌체 나란히 윗목에 놓여 있다. 그날 아침에 약을 먹느라 마시고 방바닥에 내려놓은 물컵에 물이 말라붙어 있다. 벽시계는 오후세시를 가리키고 있고 뒤꼍으로 난 방문으로 대나무 그림자가 비쳐들고 있다.

-나, 왔단 말일세.  

텅 빈 방을 향해 혼자 웅얼거리던 당신의 어깨가 눈에 띄게 처졌다. 어째 그런 생각이 들었을까. 아무도 없는집에 혼자 뭐하러 가느냐며 여기 내려오는것을 극구 반대하는 아들을 뿌리치고 오늘 아침 기어이 기차를 타고 이 집으로 올때 당신의 마음 한켠에 도사리고 있던 희망은 이 집에 들어서면서 안에 있는가? 나, 왔네!

하면 방를 닦다가, 혹은 헛간에서 체소를 다듬다가, 그도 아니라면 부엌에서 쌀을 씻다가 인제 오요!  예의 그 목소리로 아내가 반겨줄 것만 같았다. 어째 그럴것만 같았다.  그런데 집은 텅 비어있다 오래 비워둔 집은 괴기하기까지 하다.   당신은 일어서서 빈집의 방문을 죄다 열어보았다. 안에 있는가? 안방과 작은방과 부엌과 보일러실 문까지 열어보며 당신은 꼬박꼬박 안에 있는가? 물었다....

 

-이봐...나, 배고픈디. 뭐 좀 먹었으믄 좋겄는디.

당신은 헛간에 놓여 있는 빈 평상을 향해 웅얼거렸다...(155쪽)

......................................................................................................     

 

딸이 우는 것 같았다

-지헌아!

-......................

-니 엄마는 너를 아주 자랑스러워했어

-예?

-어쩌다 니가 신문에 나먼 고거 접어서 가방에 넣고 다님서 꺼내보고 꺼내보고....읍내 나가 누구 만나믄 보여주며 자랑허구 그랬다.

-..........................

-딸이 뭐하냐고 물으면....글씨 쓴다고 했지....니 엄마가 니가 쓴 책을 저 남산동의 소망원 여자한테 읽어달라고 했단다. 니가 뭔 글을 쓰는지엄만 다 알고 있었어. 그 여자가 읽어주면 엄마 얼굴이 환해지고 웃음이 번지고 했단다.그러니까 너는 무슨일이 있어도글씨를 잘 써야 혀.

-...................

- 말이란 게 다 할때가 있는법인디....나는 평생 니 엄마한테 말을 안하거나 할 때를 놓치거나 알아주겄거니 하며 살았고나.

인자는 무슨 말이든 다 할 수 있을것 같은디 들을 사람이 없구나.

-........................

-지헌아?

-예.

-부탁한다................니 엄마...............엄마를 말이다.

딸이 참지 못하고 수화기 저편에서 어---어어어소리내어 울었다. 당신은 송아지 같은 딸의 울음소리를 수화기를 귀에 바짝 붙이고 들었다. 딸의 울음소리가 점점 더 커졌다. 당신이 붙잡고 있는 수화기 줄을 타고 딸의 눈물이 흐르는것 같았다. 당신의 얼굴도 눈물 범벅이 되었다. 세상 사람들이 다 잊어도 딸은 기억할 것이다.

아내가 이 세상을 무척 사랑했다는것을, 당신이 아내를 사랑했다는 것을.(197-198쪽)

 

 (▲ 미국에서 영문으로 간행된 "엄마를 부탁해"책 표지)

 

"'엄마를 부탁해'는 내게 엄마같은 작품"작가 신경숙 귀국 인터뷰
인터뷰하며 운 캐나다 기자, 9시간 운전해 달려온 노인… 세계 독자와 소통한 북투어 나가보니 한국문학 기대 커조선일보 | 어수웅 기자 | 입력 2011.08.30 03:19 | 수정 2011.08.30 04:02 
 

'엄마를 부탁해'로 세계 독자들의 호응을 얻은 작가 신경숙 (48)이 29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뉴욕 컬럼비아대 연수 등 1년간의 미국 체류를 마치고 귀국한 자리다. "온전히 쉬면서 충전하고 싶다"는 소망으로 시작했던 미국 연수는 지난 4월 '엄마를 부탁해'의 영어판 출간을 계기로 거의 '분신술'을 써야 할 지경이 됐고, "감자알 캐듯" 새로운 일정이 추가됐다고 했다. 현재까지 이 책이 거둔 성과를 요약하면 28개국 판권 수출, 15개국 번역 출간. 초판 10만부를 찍은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베스트셀러 상위에 올랐고, 국내에서는 187쇄를 찍어 180만부가 팔려나갔다. 여전히 현재진행형으로, 당장 닷새 뒤인 9월 4일 이 책을 들고 호주 작가페스티벌 참석차 출국하고, 그 열흘 뒤인 14일에는 일본으로 북투어를 떠난다. 내년 4월에는 미국 페이퍼백 출간도 예정돼 있다.

시차와 긴장 탓에 새벽 4시가 넘어 잠자리에 들었다는 작가는 특유의 느릿느릿하고 조근조근한 어투로 그간의 소회를 털어놨다.

"번역은 여행인 것 같아요. 한국어로 쓴 제 책이 번역자를 만나서 그 나라로 떠나는 것이 책의 번역이잖아요. 저도 이번에 운 좋게 함께 여행을 하게 되었습니다. 뜻밖의 많은 독자가 공감을 해 줘서 어느 때보다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경험했고, 새로운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나라별 북투어에서 있었던 에피소드도 들려줬다. 북클럽 회원들에게 선물하겠다며 9시간을 직접 운전해 달려와 무려 27권의 사인을 부탁한 미국인 할아버지, 인터뷰하면서 어머니가 생각난다며 울어버린 캐나다 기자, 다섯 살 때 노르웨이 로 입양돼 이번에 통·번역을 맡았던 한국인 여성…. 그는 "이번 영문판 출간을 계기로 첫 소설집 '풍금이 있던 자리' 이후 작가 생활 27년 만에 처음으로 국경 너머 독자들을 염두에 두게 되었다"면서 "이번 경험이 앞으로 내가 작품을 쓸 때의 에너지를 강하게 북돋워 줄 거라고 믿는다"고 했다.

작가는 한국문학에 대한 영미권 독자들의 시선에 관해서도 들려줬다. '엄마를 부탁해'에 쏟아진 관심을 보면서, 영미권 문학에 대한 피로와 한국문학에 대한 기대를 함께 느꼈다는 것이다. 작가는 "작품 속의 공동체 의식이나 인간에 대한 정으로부터 어떤 대안(代案)을 찾는 듯한 느낌이었다"면서 "한국에서는 지난 10년간 문학의 위기와 축소를 얘기했는데, 나가 보니 오히려 한국문학에 대한 기대가 컸다"고도 했다.

번역문학에 특히 인색한 영미권 시장에서 거둔 이례적 성공 덕에 이날 간담회 자리는 마치 '국위선양 올림픽 스타'를 맞이하는 분위기였다. 문학 분야 간담회로서는 드물게 방송 3사 카메라가 출동했고, 기자30여명이 빼곡하게 들어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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