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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又松 이헌영의 blog 입니다
그룹명/할멈이야기

할멈을 기리는 글

by 우 송(又松) 2009. 8. 16.

(3) 할멈을 기리는 글.                  

 

할멈!!!

할멈!! 할멈이 아시다 시피

나는 이렇게 이렇게 엎드려

글을 씁니다.

할멈이 옆에서 텔레비를 보거나

곻은 색실로 뜨게질을 하거나

나는 상관없이 글을 썼습니다

더러는 신문에서 맘에 쏙 드는 글이 있으면

이것 좀 읽어보라고 충동질 하였지요?.

할멈이 어쩌다 집을 비우면

내가 된장국을 끄려 밥상을 차려놓고선

할멈이 들어서며 입이 딱 벌어지게 했지요?

게다가 냄비뚜껑 열어보이며

"짱" 하고 감격시켰지요?.

할멈이 공원에서 두레 두레 앉아 있을때

나는 먼빗으로 보고서도 알아차리고

뛰뛰 하고 클랙슨을 눌러 불러서

옆자리에 태우고선 출발하면서

"셋쩨가 오라는데...빨리갑시다"

언제나 옆자리에 앉기만 하면

운전교습 할 때 옆자리 조교마냥

이리가라 저리가라 서라 출발하라

으레 늘어놓는 잔소리가

대화속에 섞여 있어 싫지만은 않았는데

나이가 들어갈수록 더욱 심해젔지요?

요즘 내가 내차 옆자리에 앉아보니

할멈이 옆에 탔을때 맘을 알겠습디다.

가끔 병원 빨래 빨기에 힘들었을때

탈수해서 줄에 널어 말리는일 나도 같이 했지요?

집에 와선 힘들었다고 팔 다리 어깨 주물러 주고

엎드린 등 허리 안마해 주며

"우리 이렇게 여든까지만 살자고"

헛된 꿈 이야기하며 킬킬 거렸지요?

언젠가 언젠가 그 어느날

필경 우리가 사별 하는날

이것은 이렇게 그것은 그렇게

예행연습 하다시피 죽음을 준비하였건만

그래도 속마음으론 내가 먼저 갈 줄 알고

야무지게 마음먹고 잘 살아가라고

누누히 일러주고 기를 불어 넣었건만...

할멈이 지난 팔월에

미국 딸네집에 여덟번쩨 갈때에

이제는 마지막 여행이니 잘 다녀오라고

인천공항에서 손 흔들며 전송했는데

한달 지나고선 나도 오라고 간청이라

할 수 없이 시월달에 나도 따라 가서는

꿈같은 세월 두달반 동안

가고 싶었던곳 다 가보고

별난 서양과일 물리도록 먹어보고

배낭매고 자전거로 가주마켙 가서 사온

엘에이 고사리를 푹 고아 무쳐서는

우리가 뜯은 고사리와 견주면서 먹었지요?

내가 여러해 알고 지내던

맥시칸 양아들(?) "칼로스"네 꽃가게서

그놈이 할멈보고 "맴"이라고 하니까

할멈은 덮어놓고 "오우케이"만 찾았지요

저런 아들 하나쯤 있었으면 좋겠다니까

운전하는 내 팔뚝을 사정없이 꼬집읍디다

운명의 12월30일 밤 열한시반

아들네들 한테서 두번 전화받고

막 잠자리에 들어 누웠는데

내 왼손을 당신 이마에 끌어다 대고

"내이마에 땀이 난다"고 하기에

"잠자면서 왠 땀이냐"고 몇번 쓰다듬곤

손을 빼고 옆으로 돌아 누웠는데

바로 숨소리 기침소리가 수상해서

불을 켜고 딸네 내외를 소리해서

911을 부르고 손끝을 바늘로 찌르고...

구급차를 따라서 MIDWAY HOSP 가서

날새도록 큰수술 문밖에서 지키다가

날새면서 중환자실로 옮겨젔는데...

완연한 식물인간,  의식은 고사하고

100% 인공호흡기에 의존했지만

이마에 꽂은 호스에서 핏물이 흐르기에

출혈된 피 다 나오고선 회복될걸 빌며

할멈의 귀에 대고 연신 뇌까렸소

"할멈!! 휠체어 타고 돌아가자 응?"

"할멈!! 눈좀 떠봐 눈 떠 응?"

친절한 간호사가 청각은 살아있다기에

할말 못할말 종일 왜쳐 댔었지요

간호사가 하는말"눈 떠요"가 뭐냐기에

"it means do your eyes move or open..."

이만하면 알아 들었을까요?

황급히 달려온 큰 아들과 함께

줄곧 병상을 지키며 회생을 빌었지만

드디어 임종을 지켜봐야 했습니다

닷새가 지난 1월4일 저녁시간에

심장박동이 불규칙해 젔답니다.

한방 가득 돌아선 의사와 간호사가

쾅쾅 가슴을 짓누르며 별아별 응급처치에도

벽에 걸린 모니타 곡선이 스르르 멈췄습니다

모두가 마스크와 장갑을 벗으며

I am sorry 라며 정중하게 목례를 보내는

서양 의료진의 예절에 일순 감복했습니다

이때가 한국시간 1월5일 낮열두시반 이었습니다.

이렇게 운명한 할멈에게

나는 할말이 참 많아요

절절이 애끌는 하소연 보다도

주방에서 궁둥이 부디치면서도

신나게 씽씽하던 나를

이렇게 기 죽게 하고

철철 흐르는 눈물로 그릇을 닦게한

할멈에 대한 원망이 생전 가실 수 없소

두고 보시요 내 통한의 넉두리가

당신이 막 간 구천까지 미치리리다

하지만 오늘은

이렇게 이렇게 큰절을 올리며

당신의 영전에 명복을 비오리다.

(영락원 5257호 할멈을 그리워하는 할아범 이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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