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천이 있어 좋은 내 삶의 터전
나는 대전의 서남쪽 변두리 정림골(서구 정림동)에 살고 있다.
내가 정림골이라 부르는 이유는 도시와 농촌이 공존하고 있는
都農 複合 空間이 있기 때문이다.
내 아파트에서 5분만 걸어가면 갑천변에 다다를 수 있으며,
10분정도 걸으면 뒷산의 등산로 입구에 다다를 수 있다.
<갑천 건너편에서 바라다 본 우리 아파트>
2006년 8월 16일 개관한 서구국민체육센터를 비롯하여 테니스장 4면,
게이트 볼 연습장, 우드 볼 연습장, 족구장, 베드민트 코트 등이
갑천변에 연하여 줄지어 서 있다.
헬쓰, 수영, 테니스 등 좋아하는 운동을 지근거리에서 할 수 있어서 좋다.
<서구국민체육센터를 비롯하여 테니스장과, 우레탄 산책로, 잔디 광장이 보인다>
나는 걷기를 주로 하고 있다.
갑천변의 우레탄 산책로를 따라 아침, 저녁으로 걷기를 하며,
때로는 뛰어보기도 한다.
우레탄을 깔기 전에는 주로 잔디밭과 학교 운동장을 이용하였다.
<오른쪽에 잔잔한 갑천이 보인다>
우레탄 산책로를 한 바퀴 도는데 약 18분 정도 걸리며,
총 길이는 1.5Km정도 된다.
나는 통상 두 바퀴나, 세 바퀴를 돌고
현역시절에 했던 국군도수체조를 2회 반복한 다음
스트레칭을 한다.
이렇게 하면 대략 1시간, 또는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산책을 하다 보면 파워걷기를 하는 젊은 아낙네가 많고,
이 보다 좀 더 늙은 축에 드는 할머니들은 천천히 산책을 한다.
지팡이를 짚고 정답게 얘기를 하며 걷는 노부부도 볼 수 있다.
3,40대 남자 젊은이들이 마라톤 연습을 하는가 하면,
자전거를 타는 사람도 있다.
다이어트 때문인지 아니면 직장 때문인지 여자들이 훨씬 많은 것 같다.
(남여 비율 3 : 7 정도)
세월을 낚아보려는지 요사이도 철야를 하는 밤 낚시꾼도 있으며,
매일 10여명의 낚시꾼이 강의 양안에 소형 텐트 또는 파라솔을 설치하고
낚시에 열중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붕어, 잉어, 가물치, 베스 등을 잡는다고 한다. 들리는 말로는
1미터 정도 되는 가물치도 잡히고, 월척의 잉어 붕어도 잡힌다고 한다.
하루는 내 손바닥만한 붕어를 열댓 마리를 잡아 요리 준비를 하고 있는
낚시꾼도 보았다.
베스라는 고기는 첨 듣는 이름인데, 외국에서 수입해 온 것으로
토종 물고기를 잡아먹고 산다고 한다. 제2의 황소개구리랄까
또 다른 먹이사슬이 생겼다.
낚시꾼 간에 전해지는 얘기로는 60년데 못살던 시절에 향어, 월남 붕어,
황소개구리 등이 수입되어 주린 배를 채우도록 했다는 것이다.
수달도 서식하고 있으며, 다슬기 잡는 아낙네들도 볼 수 있다.
모르기는 해도 2급수는 되는 것 같다.
모 종교단체에서 하상 제방에 꽃길을 조성하려다 생태계 파괴가 우려되어
계획단계에서 그만 두었다고 한다.
<장마철에는 갑천이 범람하여 이 잔디밭을 휩쓸어 잔디가 소실되기도 한다.>
갑천 제방공사는 1962년 10월 17일 육군 제1202건설공병단
(단장 박용화)이 담당했던 것으로 築提記念碑를 통해 알 수 있었다.
아마 그 때 새마을 운동의 일환으로 대대적으로 공사를 한 것 같다.
예나 지금이나 군이 국가에 기여한 공로는 대단하다고 생각된다.
<갑천 제방 공사 기념비(1962년 10월 17일 세움)
오리들이 떼 지어 비상하는가하면, 착륙하는 여객기처럼 우아한 모습들을
하고 물위에 사뿐히 앉기도 하고, 물에 떠다니며 고기를 잡느라고
분주하다.
여기에 쇠논닭도 한 몫 끼어 분주히 먹이를 찾아 헤매고 다닌다.
백로도 그 특유의 느릿느릿한 걸음걸이로 먹이를 찾아다니고,
때로는 황새도 날아든다.
여름과 가을의 휴일에는 가족단위, 동호회, 이웃끼리 잔디밭에 돗자리를
깔아놓고 삼겹살을 구우며 소주를 곁들이면서 정담을 나누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때로는 고스톱도 한다. (고스톱은 국민 오락의 으뜸이런가?)
소주가 들어가다 보니 주변이 왁자지껄하다.
즐거운 웃음소리와 고기 굽는 냄새로 잔디광장은 야외행사장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무더운 여름철에는 잠을 이루지 못하고 갑천가로 모여든다.
모여들 앉아 얘기꽃을 피우기도하고, 돗자리를 깔아놓고
잠을 자기도 한다.
텐트를 치고 아이들과 낚시를 하며 밤을 지새는 사람도 있다.
동네 사람들 모으기(관객 유치)가 용이하기 때문에 이 잔디광장이
자주 이용된다.
2002년 월드컵 축구 개최기간에는 이 잔디광장에 대형 스크린을 설치하고
단체 응원을 하면서 시청하였고, 지방 방송국이 개최하는 노래자랑,
태권도의 시범, 유치원 발표회, 교회 선교 활동 등 다양한 행사가
이루어지고 있다.
우레탄 산책로가 완성된 후로는 우레탄의 일부가 방화로
조금 소실되기도 하고, 잔디가 취사로 인해 망가지기 때문에 동장명의로
"취사행위금지!! 우리의 터전 자연을 사랑합시다!" 라는 플래카드가
내 결렸다. 그 이후로는 취사행위가 거의 없어졌다.
다행이라 생각된다. 그러나 개똥녀가 가끔 보이는 것이 유감이다.
<강가에 활짝 핀 코스모스 너머로 누랗게 익어가는 벼논도 보이고...>
아파트에서 30분쯤 걸어가면 대진고속도로(대전-진주간)의 다리가 나온다.
이 다리 밑을 관통하는 갑천 양쪽의 산책로는 아직 우레탄이 깔리지는
않았으나, 길 양쪽에 갈대와 잡초들이 우거져 한껏 운치를 더해준다.
<산책로 너머로 대진고속도로 교량이 보인다(아파트에서 30분 거리>
산책로를 따라 거닐다 보면 이름 모를 나무와 풀,
그리고 작은 꽃들이 반겨준다.
도심에서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공기가 맑은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건강에 좋다는 음이온 때문인지 기분이 상쾌해진다.
이 산책로를 따라 걸으면 1시간 20여분 걸리고, 더욱 더 상류로 거슬러
제방길을 따라 걸으면 전형적인 농촌이 나타나며, 몸의 컨디션에 따라
2시간, 3시간...등의 코스를 택하여 체력을 단련할 수 있다.
냇가 길은 걸을 때는 풀들이 우거져 보이지 않았지만, 제방 위를 걷다 보면
냇가 쪽 하상의 우거진 풀밭을 개간하여 무, 배추, 호박, 파 등 농작물을
가꾸는 사람들이 보인다.
구청에서 농사를 짓지 못하도록 경고판을 세워놓고 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소일거리로 농사를 짓는 것 같다.
요사이 한낮에는 조금 덥기 때문에 이른 아침과 저녁에 주로 작물을 가꾸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물론 제방 바깥쪽은 논에 벼들이 누렇게 익어가고 있다. 이미 가을걷이
한 논도 있다. 밭에는 배추들의 속잎이 불어나 탐스럽게 포기가
커지면서 김치로 탈바꿈할 날을 기다리고 있고, 아직도 짙은 녹색 잎
사이로 주렁주렁 달린 감들이 주황색으로 바뀌어 가면서 홍시로
변신할 날을 기다리고 있다.
이렇게 갑천가에 펼쳐진 내 삶의 터전에는
오리와 백로, 황새가 날아들고, 수달이 서식하며, 가물치, 잉어, 붕어
등이 낚시꾼들을 유혹하고, 산책로에는 갈대와 이름 모를 풀들이
줄을 서서 반기며,
높푸른 가을 하늘아래 오곡백과가 조용히 익어가는 시골의 정취를
맛보게 해준다.
갑천이 있어 좋은 나의 삶의 터전에 또 다시 풍성하고 알찬
가을이 오기를 기대하면서 글을 맺는다.
<2006년 10월, 갑천을 내려다보며 새맘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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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追記 : 갑천(은)
충청남도 금산군·논산시와 대전광역시를 북류하여 금강으로 흘러드는 강으로
길이는 62.75㎞이며 금강의 제1지류이다.
발원지는 충청남도 금산군 진산면 행정리 대둔산(大芚山 : 878m) 북동쪽
계곡이며, 논산시 벌곡면 일대를 지나 대전광역시를 관류한 뒤 금강 남쪽으로
흘러든다.
유등천, 대전천과 더불어 대전의 3대 하천의 하나로 유성, EXPO 93'이 열렸던
엑스포과학공원, 회덕, 신탄진을 거쳐 금강에 합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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