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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송도 국가유공자 입니다(2)

우 송(又松) 2010. 2. 8. 14:52

  

"완전초보"님의 댓글 때문에 이쪽(우송도 국가유공자입니다)을 열면서
참전용사들의 증언 이야기에 또 회상되는게 있습니다.

 

1952년도 늦가을때 수도고지 전투때의 생생한 증언 한토막.
그때의 죽음과 맛먹었던 쓰라린 고통 한토막
견딜 수 없이 극악한 "냄새"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수도고지" 이름 그대로 수도사단이 연일 치열한 전투로 거이 전력을 상실했을때
우리 보병 8사단과 진지교대를 하였습니다
수도고지 일대는 흙 한줌 없는 험한 암석의 악산이었습니다
피아의 포탄이 퍼부워 지면서 바위덩어리가 자갈더미로 바뀌어
지금의 골재적치장을 연상할 자갈더미를 오르고 내릴때는 주룩 주룩 미끄러저서
꼭 엎드려 엉금 엉금 기어서 오르고 내렸었습니다
그러니 주저항선상에 교통호나 개인호라는게 있을수 없었지요
마다리에 자갈덩어리 퍼 담아놓은게 엄폐 차페물이었으니까요
그러니 적으로부터의 조준사격에 바로옆 전우가 악 소리 한마디 없이

"퍽" 하고 쓸어지는등 피해가 극심하였고요
진지교대후 급선무가 교통호를 만드는 일이었습니다
밤새도록 마다리에 자갈을 담아 성 쌓듯 주저항선에
교통호와 개인호를 만드는 일에 전 병력이 전력을 다할때에
자갈로 슬적 덮어놓은 시체를 파 헤치는 일은 수 도없이 많았었는데
어두운 밤중 적군(인민군 혹은 중공군)인지 아군시체인지를

분간할 여절없이 한쪽으로 질질 끌어다 놓고는
(아군 시체라면 전부 후송한 사실로 보아 적군시체임을 확신하고)
그 자갈로 소위 모래마대를 만들어 성을 쌓아 나갔습니다
그런데 그 시체를 수 도 없이 막 주무른 내 손에서 풍기는 지독한 냄새가...
나 뿐만 아니라 모든 전우의 몸에서 발산하는 지독한 냄새가...
아니 우리의 몸에서 뿐 아니라 주위에 퍼저뻐린 지독한 냄새가...
곳곳에 싸인 반쯤 부페한 시체 냄새와 함부로 싸 버린 분뇨의 냄새까지가...
주먹밥을 먹을때나 살작 졸고 있을때나 숨을 못쉬게하던 냄새의 지옥에서...
물 한모금 없는데 손을 씻을순 없고 군복에 닦고 바위에 비벼대도 소용없고...

온통 숨막힐 지독한 냄새가 코를 찔르는 속에서도 진지구축을 했던 고통이...

지끈 지끈 머리 아프고 현기증 구토증에 전 장병이 집단으로 신음했던 고통이...  
지금도 좀 이상한 악취를 느낄땐 그때의 그 독약과 같았던 냄새가 회상됩니다.

 

여타 전장에서의 쓰라렸던 체험담을 옛날을 서로 상기하자는 뜻으로

6.25 60주년을 맞아 몇토막 추가로 올릴렵니다. 

 

그때의 그런 고통을 감내하고 이겨낸 내 강인한 인내심이
지금의 내가 모든 어려움을 이길 힘이 되었다고 생각하며.